어느덧 아카데미를 수료한지 2주가 지났다.
수료한 후에도 포항에 남아있을 때에는 아직 수료했다는 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포항을 떠나온지 약 2주만에 내가 아카데미를 정말 마쳤구나 하고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올해 3월 14일 아카데미의 첫 세션이 시작되었다.
세션 시작 직전까지 계속 아카데미에서는 과연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서 "다른 부트 캠프들처럼 'lecture' 형식으로 무언가를 가르쳐줄까?", 아니면 "계속 개발만 하면서 배우는 걸까?", "도메인, 디자인, 개발 분야를 다 뽑으니까 각자 일을 분담해서 뭔가를 만드는걸까?" 등등 혼자 추측만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아카데미는 다른 부트 캠프들처럼 'lecture' 형식의 무언가는 없다.
간간이 워크샵으로 무언가를 알려주긴 하지만, 대체로 '정보 공유' 차원의 느낌이지 'lecture'라는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무언가를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카데미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아카데미 초반에는 가르쳐주는 게 없다고 불만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카데미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팀이 원하는 주제로, 또는 가끔은 개인이 원하는 주제로 스스로 솔루션을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초반에는 멘토들이 많이 개입해서 방향성을 알려주지만, 뒤로 갈 수록 멘토들은 우리가 요청할 때가 아니라면 개입을 최소화하고, 우리가 스스로 방향성을 잡아야한다.
아카데미에서는 일반적인 한국의 교육 방식과는 다르게 직접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카데미의 A to Z라고도 할 수 있는 CBL(Challenge Based Learning)인데, 아카데미에서는 Challenge Based Learning의 내용을 아카데미에 맞게 적절히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 아카데미에는 도메인, 디자인, 개발의 세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는데 각 분야의 사람들은 본인의 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즉, 도메인 분야의 사람이라고 기획만 하지 않고, 개발 분야의 사람들도 개발뿐만 아니라 디자인, 기획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아카데미 초반에는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맡아서 한다 등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이런 구분은 후반으로 갈 수록 별로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각자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대해서 주축이 될 수는 있지만, 그 분야를 온전히 혼자 떠맡게 되는 일은 없다.
19살, 고3 말에 처음 개발을 시작하여 개발 분야에 들어온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은 개발을 하면서 모든 분야가 재밌었기 때문에 어떤 한 분야를 깊게 파지 못하고 많은 분야를 조금조금씩 찍먹만 하고 있었는데, 아카데미에 종반부가 되어서야 iOS 개발자로 진로를 정했다.
iOS라는 분야가 재미있었기 때문도 맞지만, 아카데미에서 지내면서 만들었던 경험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 컸다.
어떻게 보면 개발 외적인 부분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카데미에서 9개월의 경험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iOS 개발이라는 분야 자체에 애정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처음 만난 퍼스널 멘토 지쿠팀 제이, 머피(a.k.a J), 오즈, 에디, 브라운(a.k.a Zeezee), 제리, 찰리까지 처음이라 많이 어색했지만 다들 좋은 사람들이어서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으로 만난 본격적인 아카데미 챌린지의 첫 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우리 MC1 Taem 11 "너는내멘토티".
루키, 브라운, 노엘, 케미, 다온. 그리고 이제는 명예 멘토티에서 멘토티의 정식 일원이 된 에디까지..
포항에서의 9개월을 행복하게 잘 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멘토티 7명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이 좋아서였을까, 아카데미의 모든 시간이 행복했고,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멘토티 덕분에 힘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처음에는 조금 딱딱한 사람 같았지만, 갈 수록 재미있는 사람이었던 루키.
항상 팀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는 멘토티의 빛 같은 존재 브라운.
조용하지만 책임감 있게 맡은 일을 다 하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가 멋있는 노엘.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파고드는 생각이 깊고 너무 멋있는 케미.
가끔은, 아니 사실 자주 어린 아이 같지만 가끔은 진중한 정신 연령 동지 다온. ㅎㅎ
그리고 아카데미 처음부터 함께 하고 싶었던, 그래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에디.
멘토티 7명은 정말 평생에 못 잊을 사람들인 것 같다.
사실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네이버 부스트캠프 AI Tech 3기에서 열심히 캠퍼 활동을 하고 있다가, 정말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는데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 뒤쳐지고, 그로인해 번아웃도 오는 바람에 도망치듯이 부캠을 나와 아카데미로 온 것이었는데, 멘토티 덕분에 아카데미로 온 것을 너무 잘했다고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 다음 팀이었던 MC2 Team 12 "세계수".
정말 생각이 깊고,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반짝이는 세계수의 큰 누나 레인.
항상 밝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그리즐리.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멘탈 지킴이 쉐리.
밝고 긍정적인 대한외국인 오즈.
가장 어리지만, 가장 멋진 리아까지.
사실 처음에는 멘토티에 대한 애착이 너무 커서 엄청 만족하진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설레고 좋았지만, 멘토티의 기억이 너무 좋았고, 강했기 때문에 마냥 만족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지만,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세계수 팀에도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 같다.
세 번째 팀이었던 MC3 Team 9 "9to1".
언제나 만나면 반가운, 9to1의 큰 누나 머장님 머피.
만나면 반갑고, 멋진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같은 놔스닥.
다른 말 필요 없이 그냥 멋진 랜스.
함께 있으면 밝은 에너지로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레종대왕 레이.
뭘 해도 잘 받아주는 조부장님 조이.
9to1에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크다.
MC2 말부터 MC3 말까지 MC2, 전북 공공데이터 창업 경진대회, 국방 공공데이터 경진대회, 정션, MC3까지 5개의 프로젝트를 거의 3개씩 동시에 쉬지않고 진행했는데, 그 때문에 이 시기에 번아웃이 심하게 왔었다.
그래서 MC3 때는 개발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또 팀원들이 다가오는 것도 스스로 밀어냈다.
그럼에도 항상 먼저 다가와주고, 괜찮다고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웠고, 그 덕에 비록 아카데미가 끝날 때이긴 했지만, 비로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카데미에서 인복이 좋았던 건지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많이 만나서 이제는 아카데미에 있지 않다는게 서운할 정도이다.
마지막 팀이었던 MacC Team "삼삼하다".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제는 같이 있지 않다는게 더 어색한 환상(어쩌면 환장)의 짝궁 에디.
4차원인 것 같지만, 사실 생각이 정말 깊은 디너.
삼삼하다는 5명에서 최대 8명, 12명이나 되는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최소 인원 3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는데(물론 진짜 최소는 오후 세션의 2명 팀..)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해준 정말 뜻 깊은 팀이다.
사실 전의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매크로 팀은 우리가 원하는 팀원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더 좋은 경험을 이끌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매크로 팀은 팀으로서는 가장 오래 지냈지만, 아직도 계속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어서 지금 당장 마무리 짓는 후기를 쓰기는 뭐하고 그냥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고, 재밌었고, 또 가장 많은 성장이 있던 시기였지 않나 싶다.
매크로는 그 전과는 다르게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개인적으로 개발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팀원들과 계속 붙어서 작업하다가, 처음으로 혼자 개발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늘어서 적응이 조금 힘들었다.
특히나 워낙에 외로움을 잘 타기도 하고, 사람들과 있을 때 생각이 더 잘 되는 나로써는 많이 외롭고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카데미의 마지막이기도 했고, 또 다들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너무 커서 개발적으로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코드 리뷰도 그렇고, 코드의 의미, 용도 등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아카데미에 있던 9개월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가끔은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힘든 시간도 이겨낼 수 있었고, 또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이제는 다들 아카데미를 떠나 각자의 길을 가겠지만, 언젠가 현업에서 꼭 아카데미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후기를 마쳐본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아카데미를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카데미에서 좋은 사람들과 멋진 경험을 꼭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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